EPISODE 02

붉은 잉크

도윤은 편지를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.

4분 · 미스터리 로맨스
비 오는 밤 카페 소우 앞의 민서와 도윤, 창 안의 지우

통화는 삼 초 만에 끊겼다. 발신번호는 표시되지 않았다. 민서는 사진을 뒤집어 오늘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.

민서

도윤아. 네 소매에 묻은 잉크부터 설명해.

도윤

오늘 같은 봉투를 하나 배달했어. 받는 사람 이름은 없었고, 주소가 이 카페였지.

도윤은 봉투를 카운터에 두고 나갔다고 했다. 하지만 민서가 발견한 곳은 잠긴 서랍 안이었다.

지우

누군가 배달된 편지를 옮겼겠지.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야. 누가 우리 주소를 아느냐지.

지우는 지나치게 침착했다. 민서는 사진 속 배경을 들여다봤다. 폐쇄된 수영장, 녹슨 4번 출입문, 벽에 칠해진 파란 고래.

민서

해원 수영장.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갔던 곳.

도윤

마지막은 아니었어.

도윤의 말에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. 두 사람 사이에 민서가 모르는 기억이 지나갔다.

도윤

네가 서울로 떠난 뒤에도, 지우와 나는 한 번 더 갔어.

사진 속 네 번째 그림자 위에는 빗방울이 아닌 검은 펜 자국이 있었다. 누군가 사람의 얼굴만 정확히 지워놓았다.

당신의 선택

누구의 말을 더 의심할까?

NEXT SIGNAL

사진 가장자리에서 연필로 눌러 쓴 이름 하나가 드러났다. ‘한여름’. 민서의 죽은 언니 이름이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