EPISODE 07

돈 다음의 잔고

미래를 보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.

6분 · 현대판타지 · 직장인 능력물 · 오피스 복수극
한밤의 사무실에서 미래 잔고를 확인하는 금융 분석가와 취재 기자

‘모레의 잔고’를 누르지 않은 지 스물여드레가 지났다. 메리트페이 본사 간판은 내려갔고 유리문에는 금융 당국의 자산 보전 명령서가 붙었다.

강태진은 배임과 증거 인멸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. 은행은 인수를 철회했고 동결된 계좌에서는 첫 번째 미지급 급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.

준호는 본사 맞은편 오래된 상가 4층에 책상 세 개짜리 사무실을 얻었다. 엘리베이터가 없어 의뢰인이 올라올 때마다 낡은 계단이 먼저 울었다.

문에는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. ‘미지급 임금·퇴직금 흐름 분석’. 회사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.

회수 심사 중 · 317명 · 302,440,000원

준호의 통장에는 돌아온 퇴직금과 밀린 급여 8,700,000원이 남았다. 앱이 보여준 98억 옆에 두면 작은 숫자였다. 하지만 입금자 칸에는 처음으로 실제 회사 이름과 법원 사건 번호가 있었다.

서린

한 달째 안 눌렀네요. 후회하지 않아요?

서린은 편의점 커피 두 잔과 오늘자 신문을 내려놓았다. 그녀의 출입증은 새로 발급됐지만 끈은 반으로 잘렸던 옛것을 그대로 묶어 썼다.

준호

모레를 봤으면 다시 큰돈을 만들 수 있었겠죠.

서린

구천팔백사십만 원 단위로 말하던 사람이 이제는 대충 말하네요.

준호

남의 내일을 당겨 만든 돈이면 숫자가 정확할수록 빚도 정확해집니다.

첫 의뢰인이 계단을 올라왔다. 박성민은 해진 서류 봉투를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. 메리트페이는 그의 횡령 혐의를 취소했지만 밀린 월급은 아직 절반만 돌아왔다.

박성민 미지급액 · 4,350,000원 · 예상 회수 기간 알 수 없음

미래 앱은 예상 기간을 바로 보여줄 수 있었다. 준호는 화면을 뒤집어 책상 위에 놓고 급여명세서부터 날짜순으로 정리했다.

준호

회사 계좌에서 빠진 날과 박 대리님 명세서 날짜가 하루 어긋납니다. 이 하루부터 찾겠습니다.

세 시간 뒤, 준호는 하청업체 명의로 넘어간 마지막 송금 건을 찾아냈다. 박성민이 서류에 서명할 때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.

서린의 기사는 그날 포털 첫 화면에 올랐다. 제목에는 준호의 이름도, 미래를 보는 앱도 없었다. 대신 ‘사라진 월급 317건, 같은 날 같은 계좌로 흘렀다’고 적혀 있었다.

서린

기적을 빼니까 기사가 더 세졌어요. 누구나 검증할 수 있으니까.

준호는 한 달 동안 닫지 못한 앱을 열었다. ‘모레의 잔고’ 아래 삭제 버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.

삭제를 누르자 휴대전화가 한 번 꺼졌다. 다시 켜진 화면에는 평범한 은행 앱만 있었다. 잔고 8,708,420원. 출처가 모두 설명되는 돈이었다.

준호

내일은 잔고가 아니라 장부에서 찾겠습니다.

밤 아홉 시, 박성민이 첫 분석 수수료 100,000원을 보냈다. 준호는 입금자를 확인하고도 한동안 화면을 닫지 못했다. 누군가에게서 사라진 돈이 아니라 되찾아 준 돈의 일부였다.

서린이 가장 싼 김밥 두 줄을 사 왔다. 둘이 늦은 저녁을 나누는 동안 사무실 문 아래로 두꺼운 서류 봉투가 밀려 들어왔다.

새 의뢰 · 폐업한 병원의 사라진 야간수당 2,140,000,000원

준호가 봉투를 집는 순간 삭제한 앱의 아이콘이 화면에 한 번 나타났다 사라졌다.

당신의 선택

준호는 첫 수익으로 무엇을 할까?

NEXT SIGNAL

준호의 휴대전화가 한 번 더 빛났다. 삭제한 앱이 남긴 마지막 문장. “다음 시즌 잔고: 신뢰할 수 없음.” — 시즌 1 완결